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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의 고해
<마녀의 고해>
 
W.숑곰
 
Kpc. 로단테
 
Pc.제우스
 
19-02-28
 
지금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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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에는 화려한 축제가 벌어졌을 이곳은 퀴퀴한 냄새만을 풍기는 시커먼 마을로 돌변한 지가 오래입니다.
 
성당에는 살아남은 몇 안 되는 사람들이 드나들고 있습니다.
 
절박한 인간은 신에게 매달립니다.
 
당신은 이 성당의 신부와 꽤 잘 알고 지내는 사이입니다.
 
처음 그가 온 순간부터 어쩐지 꺼림칙한 느낌을 받았으나
 
성당 내부에 있는 서적들은 당신을 매혹시키는 부분이 있었기에 어찌저찌 친해지게 되었네요.
 
책을 빌리러 가는 당신, 그걸 받아주는 신부. 미묘한 친밀감은 그 때부터 자리했습니다.
 
이 무너져가는 세상은 당장 내일 멸망할까요, 오늘 멸망할까요.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당신은 오늘도 성당으로 향합니다. 세계를 구해달라는 기도, 그래도 해야지요.
 
무의미하다 한들 말입니다.
 
성당 안쪽은 고요합니다.
 
오르간 소리도 들리지 않습니다.
 
다만 십자가 아래에서 기도를 하는 자의 인영이 보입니다.
 
로단테 입니다.
 
신부복을 입고 있는 로단테는 인기척에 고개를 돌립니다.
 
그가 묻습니다. 기도를 하러 왔냐고.
 
로단테:...안녕하세요, 형제님. 기도 하러 오셨나요? 아니면 오늘도 책을 빌리러...?
 
제우스:기도를 하러 왔습니다만... 마친 후에 책을 빌려가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군요. (적막한 성당 안쪽을 한 번 돌아본다. 그저 일상을 수행하는 것처럼 덤덤한 얼굴.) 전자보단 후자가 더 의미가 있을 것 같으니.
 
로단테:(고개를 끄덕인다) 그럼 그러도록 해요. 마침 선물하고 싶은 책도 찾아서... (이마를 짚으며 자리에서 일어난다)
 
로단테는 오랫동안 잠을 자지 못한 사람처럼 보입니다.
 
눈밑에 퀭한 것이, 상태가 영 별로입니다.
 
제우스 [아이디어] 판정
 
제우스:
지능
기준치: 80/40/16
굴림: 61
판정결과: 보통 성공
 
피곤해보이는 로단테를 보고있자니 문득, 그를 위해 휴게실에서 차라도 타주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제우스:(상태가 영 좋지 않아보이는데, 다소 걱정스러운 눈으로 바라보다 입을 열었다) 어디 안 좋은 곳이라도 있나? 휴게실에서 잠시 쉬는 건 어떻습니까, 차라도 타드릴테니.
 
로단테:... 아, 아니... 어디 안 좋은 건 아니고... (시선을 이리저리 굴리다가 먼저 휴게실쪽으로 발걸음을 옮기며) 그래도 걱정해주는데 그래야죠. 갈까요?
 
제우스:아니면 잠을 못 잤습니까? (불안한 건가? 언제 멸망할지 모르는 세상에서는 편하게 잠을 청하는 것이 더 이상한 일일지도 모른다.) 뭐... 안 좋은 건 아니라니 다행이군요. (더 묻지 않고 나란히 걸음을 옮긴다)
 
둘은 휴게실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휴게실 안쪽은 피로를 풀 수 있는 찻잎과 간식이 놓여 있습니다.
 
제우스:
관찰력
기준치: 85/42/17
굴림: 50
판정결과: 보통 성공
 
휴게실 내부를 둘러보자,
 
어라? 의자 아래쪽에 종이 조각이 떨어져 있는 걸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제우스 [은밀행동] 판정
 
제우스:
은밀행동
기준치: 20/10/4
굴림: 94
판정결과: 실패
 
무심코 궁금한 마음에 종이 조각을 주웠지만...
 
웬 걸, 옆에 함께 있던 로단테가 자신의 것이라며 조용히 뺏어가네요.
 
뭐... 아무래도 상관 없을까요. 그보다, 차를 끓여야죠?
 
제우스:(잠시 갸웃하다 곧 상관 없다는 듯 고개를 젓는다. 물을 끓이는 동시에 찻잎을 찾아 적당량을 티포트에 덜어놓았다.) 아, 선물하고 싶은 책이라니? (휴게실에 들어서자 조금 편해진 얼굴로 널 바라보았다.)
 
로단테:(가만히 앉아 기다리다가 시선을 살짝 들고는) 그게... 얼마 전에 새 책을 주문했거든. 왠지 네가 좋아할 것 같아서 이것저것 같이 주문해버렸단말이지... (마찬가지로 말을 놓으며 작게 웃는다)
 
제우스:(마주보며 피식 웃었다) 생각해줬다니 기쁜걸. (능숙한 손길로 끓인 물을 티포트에 붓고 차가 우려지기를 기다린다. 함께 들 간식을 정리하며) 그래... 세상의 끝이 보인다는 이유로 새로운 지식을 얻는 것을 게을리하면 안 되지. 우유나 설탕?
 
로단테:너도 참 여전해... (아직 피곤함이 가시지 않는지 제 눈가를 꾹꾹 누르다가) 음... 우유? 아니다, 안 넣을래.
 
제우스:지금의 세계에서 인간은 참으로 다양한 양상을 보이지만, 상황에 따라 변하는 이들은 처음부터 그런 본질을 가지고 있었다는 뜻일테지.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 찻잎을 걸러 두 잔을 따라낸다.) 나도 이전과 완전히 같다고는 못하겠지만 말야. (옅게 장난스러운 미소를 머금고 네 앞에 앉아 차를 건넨다.) 여기, 마시고 정신 좀 차리도록.
 
로단테:아, 고마워. (짧게 감사 인사를 건네고는) 너를 그렇게 오래 본 것도 아니고... 나는 잘 모르겠지만 그래도 상황이 이정도로 크게 변하면 사람이 변화하는 것도 당연한게 아닐까? 난 오히려 이런 상황에서도 늘 변함없는 네가 참 신기해... (차를 한 모금 마시곤 다시 내려놓는다) 참, 치료법은 언제쯤 나오나 몰라... 이정도로 전국에 걸쳐 퍼지고 있는 역병인데 의학계에선 아무런 소식도 없고...
 
제우스:(가만히 다리를 꼬고 차를 한 모금 음미한다) 흐음, 2년... 아니 3년 전에 처음 만났던가. 확실히 그리 오래 된 건 아니네. (눈을 휘며 어깨를 으쓱한다) 그래, 가벼운 변화라면 어쩔 수 없는 일일지도 모르겠군.
치료법?. (의외라는 눈빛이 스친다) 해결 방법이 나올 거라고 생각하고 있는 건가? 나랑은 생각이 조금 다른데. 이 마을에도 사람이 몇 남지 않았어. 개발되어봤자 이미 늦었다. (단호한 말투는 버릇의 일부일지도 모른다. 의미 없는 희망은 가지지 않는 성미였고.)
 
로단테:그렇지만 이 마을에만 사람이 사는 것도 아니잖아? 병이 전 세계로 뻗어나가기라도 한다면 하루 빨리 치료법이 개발되길 바라는 수 밖엔... (어깨를 으쓱이다 벽에 걸린 시계를 쳐다본다. 이내 다시 이마를 짚으며 자리에서 일어나며) ...시간이 벌써 이렇게 됐네. (짧게 말을 고르다가) 아무래도 제대로 쉬는게 더 나을 것 같아. ...차 타줘서 고마워. 너도 그만 들어가봐. 책은 다음번에 건네줄게.
 
로단테는 당신의 대답도 제대로 듣지 않은채 배웅을 해줍니다.
 
거의 쫒겨나다시피 성당을 빠져나오게 된 제우스... [아이디어] 판정
 
제우스:
지능
기준치: 80/40/16
굴림: 95
판정결과: 실패
 
아무래도 로단테의 피곤해보이는 모습이 걸리기는 하지만... 그도 휴식을 취한다 했으니 그리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겠지요.
 
제우스는 발걸음을 옮겨 마을 쪽으로 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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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당에서 빠져나와 마주한 마을은 휑하기만 합니다.
 
버석버석한 땅과 동물의 시체, 다른 곳에서 온 의사들은 죽은 전염병 환자들을 병원으로 옮깁니다.
 
고딕 건물들의 벽에는 생기를 잃은 담쟁이 덩굴들이 툭, 툭, 떨어져 나가고 있습니다.
 
이곳에서는 이제 햇볕을 받는 스테인드 글라스로 무장된 성당만이 가장 아름다운 존재로 남았습니다.
 
죽은 자들이 있는 병원이나 생존자들이 모인 마을 회관으로 가볼 수 있습니다.
 
제우스:(이제는 익숙한 풍경이지만 역시 썩 보기 좋은 장면은 아니다. 이 거리에도 생기가 가득하던 시절이 있었는데, 과거의 영광을 회상하는 것은 씁쓸함만 불러일으킬 뿐이었다. 망설임 없이 마을 회관으로 발걸음을 향한다. 산 자가 죽은 자보다 우선했다.)
 
제우스는 마을 회관으로 향합니다.
 
마을 회관에 있는 사람들은 정말 그 수가 손에 꼽을 만큼 적습니다.
 
그들은 마을을 버리고 떠날 것에 대해 열띤 논의를 벌이는 중입니다. 한구석에는 꼬마 아이들이 두어 명 웅크린 상태입니다.
 
제우스:(들려오는 내용에 살짝 눈가를 찡그렸다. 어른들에게 다가간다.)
 
어른들쪽으로 다가가자 모든 사람들이 공포에 질려있다는 사실이 눈에 뻔히 보입니다.
 
그들은 당신이 온 것도 눈치 채지 못하고 덜덜 떨리는 목소리로 이곳을 당장 떠나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그들은 당신이 온 것도 눈치 채지 못하고 덜덜 떨리는 목소리로 이곳을 당장 떠나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어디로? 다른 곳으로 가보았자 전염병은 이 나라 전역에 퍼지고 있습니다.
 
그러다 문득, 귓가에 들어오는 소리.
 
주민1:그거 들었어요? 뱀의 저주라고. 어느 집안에 대대로 내려오는 저주라는 게 있다는군요. 그 저주에 대해 아는 사람은 다른 이들을 다 죽이고, 마을을 멸망시킬 수가 있대요...
 
주민2:악마야. 분명 악마가 이곳에 들어온 게야. 악마가 저주를 퍼뜨린 거야!
 
악마.
 
제우스 [아이디어] 판정
 
제우스:
지능
기준치: 80/40/16
굴림: 48
판정결과: 보통 성공
 
제우스는 문득 검은 수도복의 로단테가 떠오릅니다.
 
악마.
 
어쩐지 그가, 자신을 죽이러 올 것만 같은 기시감과 공포감이 듭니다.
 
왜?
 
제우스:(마을 사람들을 진정시키려다가 무심코 드는 생각에 멈칫한다. 왜 악마라는 말에 갑자기 그가 떠오르는 걸까. 문득 머리를 잠식하는 기분 나쁜 감각에 한동안 침묵했다. 그가 날 죽이러 올리 없는데, 비상식적인 공포를 접어둔다.) ...뱀의 저주라니 무슨 쓸모 없는 이야기를 하는 거지? (흘러나온 목소리는 평소와 같았다)
 
주민1:(화들짝 놀라 뒤를 돌아보며) 아, 아이고... 여긴 어쩐일이신가요...?
 
주민2:그리 신경쓰실 이야기는 아닙니다...!
 
주민들은 쉬쉬하며 금세 자리를 비켜버립니다.
 
아무래도 당신을 상대하기가 껄끄러웠던 걸까요...?
 
제우스:(신경 쓰지 말라고 하기에는 너무 대놓고 떠들었지 않나. 마을 사람들을 향한 불만이 차오르지만... 무시한다. 상황을 고려하는 나는 관대하니까...;)
 
제우스는 관대해졌습니다.
 
제우스:(관대한 얼굴로 아이들에게 다가간다.) 너희들은 혹시 저런 떠도는 말이라던가, 들은 거 없나?
 
아이들쪽으로 다가가자 서너명쯤 되는 어린아이들이 조용히 구슬로 놀고있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제우스의 말을 듣고는 한 아이가 울먹이며 묻습니다.
 
아이1:형. 우리 죽어요...?
우리 죄다 죽어요...?
 
아이들은 무어라 이야기를 떠들지만 울음 소리에 뭉개져 제대로 알아듣기가 어렵습니다
 
제우스:조용히... 우선 진정하도록...
설득
기준치: 50/25/10
굴림: 29
판정결과: 보통 성공
 
겨우겨우 울음을 그친 한 아이가 중얼거립니다.
 
아이2:저희 말이에요, 매일 기도하러 갔어요. 성당에 밤마다 갔어요. 우리를 구해달라고 신한테 기도하러 갔어요....
신부님이 우리한테 전부 괜찮아질 거래요. 그리고 자꾸 미안하대요. 왜 미안하다 그랬을까요? 모르겠어요.
 
제우스:(신앙심이라면 나보다 낫군. 어린아이들과 같이 되지 아니하면 결단코 천국에 들어가지 못하리라, 는 건가, 과연. 다소 삐딱하게 성경 구절을 되새기며 입을 열었다. 조금은 부드러워진 목소리.) 글쎄, 이런 세상이라 미안하다는 걸지도 모르겠군. (이 중에서 과연 몇이나 어른이 될 수 있을까.) 그 속을 내가 짐작할 수야 없지만... 말이야. (악마, 접어둔 생각이 다시금 스쳐 입을 닫았다.)
 
아이2:그럼... 안심해도 되는 거겠죠...? 세상이 이렇게 된 건 신부님 잘못이 아니잖아요... 분명 기도하면 구원해주신댔어요.
 
아이는 그렇게 대답하곤 전보다 기운찬 표정으로 당신에게 꾸벅 인사합니다.
 
고민을 해결해줘서 고맙다는 뜻이라도 되는 걸까요?
 
제우스:그렇게 생각하는 쪽이 조금이라도 낫겠지, 그래. (찜찜함은 내게 얹어지기라도 한 기분이군. 옅게 미소지으며 아이를 내려다보고 몸을 돌렸다. 가라앉은 낯, 조금은 피곤하다. 회관을 나가 곧장 병원으로 향했다)
 
회관을 나서면 구석에 앉아 중얼중얼 알 수 없는 내용의 기도를 흘리는 늙은 비쩍 마른 사내가 보입니다.
 
그는 당신을 발견하자마자 대뜸 외칩니다.
 
악마가 왔어, 여기에 악마가 왔어!
 
악마가 저주를 퍼부은 게야, 그래서 우리가 다 이 모양이 된 거라고!!
 
공포에 경직된 근육이 파르르 떨리는 것이 시야에 담깁니다.
 
악마가 무엇이냐고 물으면 남자는 정신이 나간 것처럼 제우스의 두 팔을 붙잡고 악을 씁니다.
 
“악마를 죽여야 해! 악마를 죽여야 해! 넌 알지, 넌 아는 눈이야, 넌 악마가 누군지 아는 눈이야, 그런 눈이야.”
 
...이게 무슨 소리일까요?
 
회관에서 사람들이 뛰쳐나옵니다. 저 인간 또 저러는군, 탄식하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장정이 나타나 사내를 억지로 당신에게서 떨어트리려는 순간,
 
너무나도 또렷한, 너무나도 선명한, 너무나도 굳건한 목소리의 속삭임이 귓가에 내려앉습니다.
 
바로 이 공포에 사로잡힌 사내의 것이었습니다.
 
“저주가 사라질 방법은 주체를 죽이는 것뿐이라고, 친구…”
 
왜 자꾸,
 
왜,
 
자꾸,
 
로단테가 생각나는 걸까요?
 
...
 
하지만 제우스는 쓸데 없는 생각을 제쳐두고 우선 병원으로 향합니다.
 
병원은 환자들의 곡소리만 간간히 들릴 뿐 생명의 숨소리는 거의 없다시피 합니다.
 
의사와 간호사들은 분주하게 곳곳을 소독하고 있습니다. 입구를 기웃거리는 당신을 향해 간호사가 다가와 이 이상 들어오면 안 된다고 경고 합니다.
 
들어가면 안되는 걸까요? 어쩔 수 없이 당신은 발걸음을 옮깁니다.
 
제우스:
관찰력
기준치: 85/42/17
굴림: 20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시체들을 눈에 담자, 어쩐지 그들이 하나같이 전부 기괴한 표정을 하고 있음을 눈치챕니다.
 
꼭, 저주 받은 것처럼요.
 
광기에 미쳐버린 얼굴들입니다. 전염병 특유의 반점이나 괴사는 없으나, 모두 충격적인 걸 본 듯한 분위기였습니다.
 
...
 
기이한 광경을 목격한 제우스, [이성] 판정
 
제우스:
SAN Roll
기준치: 85/42/17
굴림: 89
판정결과: 실패
 
[이성-1]
 
저 시체들은 대체 뭘까요? 왜 저렇게 죽어갔는지... 도저히 감도 잡히지 않습니다.
 
병원 입구에 나오면 벽에 붙은 전단지들과 익숙한 수도복의 옷자락을 발견합니다.
 
로단테입니다.
 
의사와 대화를 하는 모습은 유려하기만 합니다.
 
낮에 피곤한 얼굴은 어디로 갔는지,
 
진심으로 병세를 걱정하는 듯한 모습이, 어쩐지…
 
...
 
역겨워.
 
제우스:(전혀 이성적이지 못해, 정말 미쳐가기라도 하는 건가. 숨을 돌리며 로단테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로단테를 관찰하고 있으면 문득 그와 눈이 마주칩니다.
 
당신을 발견한 로단테의 표정이 오묘해지더니, 이내 당신에게 가까이 다가옵니다.
 
로단테:...형제님? (손을 살짝 흔들며 다가온다) 여긴 어쩐일이신가요?
 
제우스:...병원을 좀 둘러보고자 왔는데, 불가능한 모양이더군요. 하긴, 병이 더 퍼져나가면 안 되니. (좀처럼 미소 지어지지 않는다. 피로에 찬 눈가를 꾹 눌렀다. 전단지는 무슨 내용이지? 가볍게 곁눈질했다)
 
로단테:아, 그렇죠. 아무래도... 전염병인 듯 하니까.
 
전단지를 가볍게 훑어보자 광고물이 아닌 성서의 구절을 따온 종이임을 알 수 있습니다.
 
[ 너희는 믿음을 굳건하게 하여 그를 대적하라 이는 세상에 있는 너희 형제들도 동일한 고난을 당하는 줄을 앎이라
그런즉 너희는 하나님께 복종할지어다 마귀를 대적하라 그리하면 너희를 피하리라 ]
 
제우스:...... (살짝 인상을 찡그린다. 조금 더 자세히 읽어본다)
 
제우스 [관찰] 판정
 
제우스:
관찰력
기준치: 85/42/17
굴림: 100
판정결과: 대실패
 
이런... 전단지를 더 자세히 살펴보려 했으나, 한참 말이 없는 당신을 이상하게 여긴 로단테가 당신을 다시 부릅니다.
 
로단테:... 형제님?
 
제우스:....아, 죄송합니다. 뭐가 붙어있나 싶어서. (고갯짓으로 전단지를 가리킨다.) ...신부님께서는 여기 어떻게? 망자를 위해 기도해주러 오셨습니까. (역겨워, 스쳐갔던 감정이 잊혀지지 않아 억지로 삼켜낸다. 정작 상대는 아무것도 모를텐데.)
 
로단테:(네 고갯짓을 시선으로 쫒아 전단지를 힐끔 쳐다본다) ...그, 네. 혼자 쉬고 있으려니 마음이 영 불편해서 말이에요. (네 표정을 살피며 슬쩍 눈치를 본다. 아무래도 아까 성당에서 멋대로 돌려보낸 게 조금 미안한 모양)
 
제우스:그렇군요. 많이 피곤해보이셨는데, 지금은 좀 괜찮아지셨습니까. (눈을 깜빡이며 입꼬리를 올려 웃었다. 미안해할 필요 없는데, 평상시였으면 이런 모습에 농담이라도 던졌을 것이다)
 
로단테:덕분에요. (웃는 네 표정을 보곤 안심이라도 한 듯 한숨을 푹 내쉰다) 형제님이야말로 어디 안 좋은 곳은 없나요? 이럴 때일수록 더욱 자기 자신을 돌봐야 합니다.
 
제우스:저야 항상 건강합니다. 아무래도 정신적 피로는 꽤 쌓여있는 모양이지만요. (관찰하면 무엇이라도 알아낼 수 있는 것처럼 널 뚫어지게 바라본다. 잔잔하게 미소 지으며) 너무 죄책감을 가지지는 마세요, 이 상황은 신부님 잘못은 아니잖습니까. (여상스러운 얼굴로) 아, 아이들이 신부님 걱정을 하기에.
 
로단테:... (시선을 마주하다가 결국 먼저 눈을 피해버린다) 어디서 그런 말을...? ...아이들에게서군요. (잠시 말이 없다가) ... 제 걱정은 않으셔도 됩니다. 그보다 피곤하시면 역시 들어가보시는 게 나을 것 같은걸요...
 
제우스는 어쩐지 로단테와 더 대화하고 싶은 마음이 사라져가는 중입니다.
 
미심쩍은 글귀와 미심쩍은 로단테의 태도가 자꾸 자신의 신경을 긁습니다.
 
주위 간호사와 의사들이 말하는 게 들립니다.
 
제우스, [듣기] 판정
 
제우스:
듣기
기준치: 80/40/16
굴림: 45
판정결과: 보통 성공
 
간호사1:정말 착한 분이시지, 매일 와서 환자를 위해 기도하고…
 
간호사2:요즘 항상 밤을 새는 것 같으시더라고. 어쩐지 수척한 기색이던데, 바쁜 일이 생긴 걸까?
 
아무래도 로단테에 대한 이야기 같습니다.
 
하지만 어쩐지... 당신은 불쾌한 기분을 떨쳐낼 수가 없네요.
 
더 기분이 나빠지기 전에, 제우스는 먼저 자리를 뜹니다
 
병원을 지나 마을회관을 다시 훑어본 뒤,
 
마을의 이곳저곳을 살피고 귀가를 하면, 어쩐지 많이 피로한 기분이 듭니다.
 
그런데 집앞에 누군가의 그림자가 보입니다.
 
...로단테입니다.
 
요즘따라 자주 보이네요. 오늘만 몇 번째인가요?
 
로단테는 당신에게 새로운 책을 건네주러 왔다고 방문한 이유를 댑니다. 하지만 어쩐지 핑계처럼 들립니다.
 
로단테:(네 안색을 살짝 살피더니) ... 어디 안좋아? 피곤해보이는데...
 
제우스:.....조금? 피곤해서 그런 것 같다. (제 속이 어떻든, 말수를 줄이며 옅게 웃어보인다) 일부러 전해주기 위해 찾아와줘서 고맙군.
 
로단테:(여전히 네 표정을 살피며) 그것 뿐이라면 다행이지만... 조심해야해. 너마저 병에 걸려버리면 안되니까. (책 두어권이 들어있는 종이봉투를 내민다) 이건 저번에 주문했던 책. 마음에 들면 좋겠다.
 
제우스:난 건강하다니까, 네 몸부터 챙기도록 해. (봉투를 받아든다) ...선물 고맙다, 잘 읽도록 하지. 뭐라도 대접해야 할텐데... 피곤하지 않은 날을 기약해볼까. (여전히 웃는 얼굴이다) 그러고보니 전염병의 증상 말인데, 원래 그렇게 독특했던가?
 
로단테:나야 뭐... (웃는 네 표정을 다시 한 번 힐끔이더니 그제야 안심한 듯 한숨을 푹 내쉰다) 이런거로 뭘 그래? 그래도 하루쯤은 쉬는 것도 나쁘지 않으려나... 주말엔 교회 일로 바쁘니까.. 주중에 보는 거면 언제든 좋아. 너 편할 때로 약속 잡자. (네 질문을 듣곤 조금 미묘한 표정이 된다) 증상? 어떤 거?
 
제우스:뭐 말하고 싶은 거라도? 아니면 아까 일 계속 담아두고 있는 건 아니지? (장난스러운 얼굴을 해보이며 조금 더 가까이 다가섰다.) 그래, 주중이 좋겠군. (왜 자꾸 이런 감정이 드는 건지, 이성적으로 납득할 수 없어 한층 더 불쾌해진다. 현재 제 정신은 청명한가? 무엇에라도 홀려있는 것은 아닐까?) 시체들이 하나같이 괴이하길래. (목소리를 낮춘다) 이상한 소문이 떠도는 것도 납득할 만 해, 안 그래?
 
로단테:...그럴리가. (여전히 어딘가 불편한 듯한 표정으로 너를 올려본다. 이어지는 말에는 대놓고 인상을 찌푸리다가 금세 표정을 갈무리한다) ...그걸 본 거야? 병원에는 못들어갈텐데 어쩌다 봤어? (주변을 힐끔 살펴 사람이 없는걸 확인하고는) ...됐어. 이 얘기는 그만하자. 너도 그런거 봐서 좋을 거 없으니까... 얼른 잊고.
 
제우스:우연히, (수긍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런 건 빨리 잊어버리는 게 낫겠지. 썩 좋은 장면은 아니잖나. 너도 참 고생이 많겠어... 그러니 그렇게 눈 밑이 어둡지. (물끄러미 바라보다 눈을 휘며) 오늘은 푹 잠들 수 있기를.
 
로단테:(말 없이 네 얼굴을 한참 살펴보다가) ...고마워. 너도 오늘은 푹 쉬어. 그래야 기운 차리지
 
가벼이 대화를 더 이어가고 있을 때,
 
문득 로단테는 제우스에게 말합니다.
 
신부는 사람들의 고해를 들어주지만, 자신의 고해를 들어줄 사람은 신밖에 없다고 말입니다.
 
어쩐지 그 말은 꽤 서글픈 느낌이 났습니다.
 
그렇다면 대체 무엇에 관한 고해인 걸까요?
 
당신을 쳐다보던 로단테가 묻습니다.
 
로단테:만약 너는... 네 친구라 생각한 사람이 자신을 해치려 든다면, 어떤 기분이 들 것 같아?
 
제우스:(잠시 생각하다 망설임 없이 입을 열었다.) 실망할 것 같은데, 그 사람을 제대로 알아보지 못한 내 자신에게.
내가 친구라 인정한 이라면 분명히 그 행동에 이유가 있을테고, 그가 해치려 들기 전에 난 그 이유를 파헤쳤어야 했다. 그 후에 그를 친구로 남겨둘지 말지는 내 몫의 판단이겠지.
 
로단테:... ... (대답을 듣곤 네쪽을 빤히 쳐다봤다) ... 너다운 대답이라 안심했다.
(이내 무언가 굳게 결심한 얼굴로 짧게 인사한다) ...시간도 늦었으니까, 이만 가볼게. ...얼른 들어가서 쉬어.
 
로단테는 그렇게 말하곤 뒤돌아 교회쪽으로 발걸음을 옮깁니다.
 
하늘을 바라보면 노을이 거의 다 져가는 모습만이 눈에 담깁니다.
 
자, 당신도 집에 돌아가야겠죠.
 
제우스:(노을 속으로 네 뒷모습이 사라질 때까지 기다리다 고개를 돌렸다. 의미심장한 질문은 무슨 뜻일까. 해치게 될까? 네가, 아니면 내가? 아니면 아무 의미 없는 질문이었을지.) 어찌 되더라도... 파헤칠테니, 로단테. (묵묵히 집에 들어선다)
 
-
 
집에 돌아와 침대에 몸을 뉘여도 마을에서의 일이 떠나가질 않습니다. 로단테의 모습 또한.
 
악마, 저주, 주체.
 
로단테의 수상쩍은 행동들.
 
주체를 죽여라. 악마를 죽여라. 그러면 무슨 일이 일어나련지요.
 
그러면 이 모든 끔찍한 저주가 사라지기라도 하나?
 
로단테가 어쩌면 이 일의 원흉일지도 모른다 이야기 하는 당신을 믿어줄 이가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병원에서 보았듯이 KPC에 대한 마을 사람들의 신뢰는 두텁기 그지 없었습니다. 분명 당신은 이단자로 몰릴 것입니다.
 
즉, 이 일의 결정권은 오롯이 당신에게만 있습니다.
 
...
 
잠이 몰려옵니다.
 
아, 모르겠습니다. 뭐가 어떻게 되어가는 건지 정말 모르겠습니다.
 
그래요, 아침에 눈을 뜨면 다시 로단테를 찾아가봅시다.
 
얼굴을 봐야 무엇이든 될 것만 같은 기분이 듭니다.
 
.
 
..
 
...
 
푹 잠든 당신은 꿈을 꾸었습니다.
 
무언가 당신의 목덜미를 부드러이 감싸쥐더니, 당신의 손에 칼을 쥐여줍니다.
 
눈앞에는 로단테가 있습니다. 울고 있는 로단테 입니다.
 
당신은 그의 심장에 칼을 찔러넣습니다.
 
아, 이것으로 당신은 오롯이 자유가 됩니다.
 
자유가…
 
...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모르겠습니다.
 
문득 탄내가 당신의 코를 찌릅니다.
 
어렴풋이 눈꺼풀을 들어올리니 방안이 매캐한 연기로 가득 차고 공기 중에 열기가 떠다닙니다.
 
"불이야!"
 
날카로운 외침이 들려봤자 이곳에 화재를 진압할 인원은 얼마 되지 않습니다.
 
마을의 몇 안 되는 생존자가 양동이로 물을 퍼 창밖에서 당신의 집에 난 불을 끄려는 얄팍한 시도를 하는 게 보입니다. 하지만 턱 없이 적은 수입니다.
 
탈출할 수 있을까요.
 
시도라도 해볼까요.
 
도망치려 하면 점점 시야가 감깁니다. 숨이 찹니다.
 
뛰쳐나간 방 바깥은 화마가 지배했습니다. 이대로 죽는 건가 싶을 정도로 매캐한 연기가 폐를 찌릅니다.
 
...
 
...이대로 정신을 잃을 뻔 하던 찰나,
 
누군가 당신의 옷 뒷자락을 세게 당깁니다. 향하는 방향은 출구.
 
신선한 산소가 폐부에 차고 나서야 죽을 듯이 기침을 내뱉었습니다.
 
여전히 불에 타오르는 집이 보이지만 그게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당신의 앞에는 로단테가 있었습니다. 재에 그을린 모습으로 어쩐지 복잡한 표정입니다.
 
로단테:... 괜찮아...?? 다친데는...?
 
제우스:(불? 이런 불이 갑자기 발생했다고? 그리고 꿈의 내용은... 아직도 목구멍 안쪽에 매캐함이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는 기분이다. 몇번씩이나 격하게 기침을 내뱉은 후에야 눈가를 찡그리며) 로... 단테 신부? (입술을 꽉 깨문다. 이성을 되찾으려 노력하며) ....괜찮아, 다친 곳은.. 아마 없는 것 같고.. 어떻게 된 거지?
 
로단테:...나도 잘은 몰라, 갑자기 네 집쪽이 소란스럽길래... (네 등을 작게 두드려주다 그제서야 주변인들의 시선을 의식한듯 말투를 고친다) 어쩌다 그런 불길 속에서 주무시고 계셨나요...? 자칫하다간 큰일 날 뻔 했습니다.
 
제우스:그건... (네 말을 인식하고 천천히 눈을 깜빡인다. 연기로 인해 쓰라린 눈을 부비려다 손을 멈춘다. 그러고보니 불을 끄러 다들 모여들었지. 비로소 주변 사람들의 존재를 인지한다. 느릿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모르겠습니다. 잠에 들었다 눈을 떠보니, 온통 불에 타오르고 있더군요.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신부님. (작은 각도로 머리를 숙였다 든다)
 
로단테:... ...(그런 네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다가 입을 달싹이기만 한다. 결국 됐다는 듯이 고개를 저으며) ...아닙니다. 형제님이 무사하신걸 확인했으니 저는 이만 돌아가보겠습니다. (멋대로 대화를 끊곤 자리에서 일어난다)
 
로단테는 일어나 바로 교회쪽을 향해 발걸음을 옮깁니다.
 
평소의 그라면 이렇게 무례하게 말을 끊고 자리를 피하지 않았을텐데... 어찌 된 일일까요?
 
제우스, [관찰] 판정
 
제우스:
관찰력
기준치: 85/42/17
굴림: 22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제우스는 로단테가 있던 자리 근처 수풀 아래에 다 탄 성냥과 기름이 떨어져있음을 알아차립니다.
 
제우스 [아이디어] 롤
 
제우스:
지능
기준치: 80/40/16
굴림: 6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다 탄 성냥과 기름자국을 보고있자니, 불현듯 한가지 생각이 머리를 스쳐지나갑니다.
 
자신의 집에 불을 지른 사람은, 다른 누구도 아닌 로단테임을.
 
제우스 [이성] 판정
 
제우스:
SAN Roll
기준치: 84/42/16
굴림: 80
판정결과: 보통 성공
 
[이성] -1
 
...
 
그렇다면 왜?
 
기껏 죽이려 해놓고,
 
도대체 왜?
 
아, 하지만 이것으로 당신은 정신이 또렷해집니다.
 
저 자는 악마야.
 
...
 
로단테는 악마야.
 
당신을 죽이려 했습니다.
 
당신이 무언가를 알아차린 것 같아서?
 
아니면 다른 어떠한 이유 때문에?
 
문득 당신은 불에 의해 쓰러진 집의 나뭇더미 아래에 어떤 물건이 껄어진 걸 발견합니다.
 
칼입니다.
 
식칼.
 
품에 숨길 수 있을 만한 크기와, 누군가의 명치에 찔러 넣으면 단박에 숨통을 끊을 만한 날카로움.
 
점점 이성이 흔들리기 시작합니다.
 
당신의 목숨을 위협당했다는 사실이 정신을 흐트러 놓습니다.
 
...
 
-
 
당신은 불타버린 집을 뒤로 하고 어쩔 수 없이 회관으로 이동합니다.
 
당분간 지낼 곳을 제공 받았지만... 예민한 당신에게 갑자기 바뀐 환경에서 잠이 올 턱이 없습니다.
 
정말로 그가?
 
정말 당신을 해치려는 목적으로?
 
이미 밤은 깊어 새벽이라 할 수 있는 시간입니다.
 
하지만 아무리 눈을 감고 잠에 들려 해봐도 전혀 졸립지 않습니다.
 
머리가 복잡하기 때문일까요, 아니면 당신이 챙겨온 칼에 신경이 쓰이기 때문일까요?
 
...당신은 복잡한 심정으로 잠시 몸을 뒤척입니다.
 
...
 
그 때,
 
방 문이 조용히 열립니다.
 
소리는 나지 않았지만, 당신의 곁에 인기척이 느껴집니다.
 
... 누구지?
 
떨리는 한숨 소리가 들립니다.
 
어쩐지... 익숙합니다.
 
수도복이 사락거리는 소리.
 
그렇군요, 다시 로단테입니다.
 
당신이 걱정되어 다시 찾아온 걸까요?
 
당신은 자려고 누워 눈을 감고 있기에, 이대로 얼굴만 보고 가려는 걸까요?
 
뭘 하려는 셈일지, 가만히 지켜볼까. 싶어지는 순간입니다.
 
"네가 나를 방해해."
 
...
 
어쩐지 울분에 찬 목소리가 귓가에 내려앉습니다.
 
이어서, 당신의 목에 얹히는 손,
 
손에 서서히 힘이 들어가며 목이 졸려옵니다.
 
숨이 사라집니다.
 
제우스, [근력] 롤
 
제우스:
근력
기준치: 70/35/14
굴림: 61
판정결과: 보통 성공
 
당신은 목을 조르는 손을 잡아 떼어냅니다.
 
그리 큰 힘을 주지 않았는데도 떨어져나간걸 보면...
 
...
 
미미한 흐느낌이 귀에 들어오나 싶을 무렵 인기척이 사라졌습니다.
 
당신이 목을 매만지며 아직 경황이 없을 때 벌써 방을 나서버린 것일까요.
 
꿈이라고 할 만큼 현실성이 없게 느껴집니다.
 
꿈이었을까요?
 
하지만 목에 남아있는 감각만큼은 너무나도 선명합니다.
 
...
 
정말로,
 
나를,
 
죽이려 했어.
 
...
 
......
 
끔찍한 기분이 등줄기를 타고 올라왔습니다.
 
-
 
회관에서 겨우 이불을 덮고 잠에 들었다 언제 깨어났는 지도 모르겠습니다.
 
사람들은 정말로 말세라며 마지막 지푸라기라도 잡듯이 성당에 기도를 하러 사라졌습니다.
 
성당으로,
 
가볼까요?
 
제우스:(안개 속을 헤매는 것만 같아. 혼란스럽다. 복잡하다. 이성과 감성이 자꾸만 충돌한다. 그러나 길을 찾기 위해 해야할 일이 무엇인 줄은 알고 있었다. 너를 만나러 성당으로 향한다.)
 
당신은 성당으로 향합니다.
 
시간은 미사가 시작되기 30분 전입니다.
 
딱 이 시간부터 고해소에 로단테가 자리하고 있을 것입니다. 로단테와 얼굴을 보지 않고 대화를 할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기도 합니다.
 
고해, 고해성사라.
 
그렇다면 무엇에 관한?
 
제우스, [아이디어] 롤
 
제우스:
지능
기준치: 80/40/16
굴림: 28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저주가 사라질 방법은 주체를 죽이는 것뿐이라고, 친구…'
 
문득 저주를 몰고 다니는 주체를 죽이라는 사내의 목소리가 떠오릅니다.
 
악마를 죽이라는...
 
...
 
고해성사입니다.
 
무엇에 관한?
 
아,
 
로단테를 죽일 거라는 고해?
 
어쩐지 내뱉고 싶어집니다.
 
제 품에 칼이 있다고 선언하고 싶어집니다.
 
그런 광기가...
 
당신을 집어삼키기 시작합니다.
 
-
 
성당에 도착해 고해소로 향하면 작은 공간이 나옵니다.
 
신자가 들어가는 장소에 몸을 욱여넣으니 닫힌 고해창 너머 로단테의 잠긴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고해 성사를 하러 오셨나요?”
 
자, 말해보세요.
 
당신은 무엇을 고백하기로 했었나요?
 
그래요,
 
바로 그거예요.
 
난 오늘 당신을 죽일 겁니다.
 
라고, 뱉으세요. 어서요.
 
제우스:(품 속에는 칼을 안고 그를 향한 고해를, 이성적이지 못함을 알면서도 내뱉지 않고는 견딜 수 없었다. 멸망을 향하는 세상 안에서 그 자신조차 광기에 잠식된 것인지. 확신이 가져다주는 기묘한 평온함에 젖은 기분이었다. 입술을 연다. 목소리를 낸다.) ...난, 오늘 당신을 죽일 겁니다.
 
당신이 고해를 하면
 
고해창 너머에서 침묵이 흐릅니다.
 
그 어떤 대답도 들리지 않습니다.
 
자리에서 일어날까요.
 
당신은 몸을 일으켜, 고해소에서 빠져나갑니다.
 
제우스, [듣기] 롤
 
제우스:
듣기
기준치: 80/40/16
굴림: 43
판정결과: 보통 성공
 
당신이 고해소를 빠져나오기 직전,
 
로단테가 무어라 기도문을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립니다
 
“ Agnus Dei, qui tollis peccata mundi, miserere nobis.
 
Agnus Dei, qui tollis peccata mundi, dona nobis pacem. ”
 
제우스, [외국어] 롤
 
제우스:
언어(외국어) Roll
기준치: 1/0/0
굴림: 598058
+2: 실패
+1: 실패
  0: 실패
-1: 실패
-2: 실패
 
로단테의 목소리를 확실히 들었으나, 기도문의 내용을 당신이 어찌 알겠나요.
 
신경쓰지 않고 고해소에서 빠져나와, 당신은 예배당으로 향합니다
 
-
 
고해소를 빠져나와 성당의 정문을 열고 들어가면 아무도 없습니다. 모든 신자석은 텅 빈 상태입니다.
 
제우스 [관찰] 판정
 
제우스:
관찰력
기준치: 85/42/17
굴림: 65
판정결과: 보통 성공
 
당신은 단상 위 제대에 놓인 일기장을 발견합니다.
 
제우스, [아이디어] 롤
 
제우스:
지능
기준치: 80/40/16
굴림: 37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당신은 일기장이 로단테의 것임을 알아차립니다.
 
... 읽어볼까요?
 
제우스:(읽어본다면 의문을 조금이나마 해결할 수 있을지도 모르지. 망설임 없이 일기장을 연다)
 
일기장은 로단테가 이곳에 처음 온 날부터 기록되어 있습니다.
 
xx. xx.

마녀를 죽여라.

이게 나의 사명.

 

xx. xx.

찾았다. 마녀다.

저런 사람이 정말로 뱀의 저주를 받은 자라니... 말끔한 얼굴은 내 존재를 반가워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가짜 신부 노릇을 더 잘 해야 해야겠다. 할 수 있어.

책을 꽤 좋아하는 것 같다. 내겐 책이 많으니 몇 권 빌려주고 좀더 관찰하기로 했다.

 

xx. xx.

‘마녀’란 무엇인가? 뱀의 저주를 대대로 받은 집안은 그 저주를 받은 사람이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한 마을을 궤멸시킬 수가 있다.

그 사람은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 하나도 눈치 채지 못한 것 같아.

그렇다면 이유도 모르고 내 손에 의해 죽게 된단 말인가?

이런 건…

 

xx. xx.

어떡하지.

갈수록 대의를 위해 마녀를 죽이는 일에 망설임이 깃든다.

 

xx. xx.

정신차려, 로단테.

이건 세상을 구하는 일이야.

너만이 할 수 있어. 저 사람이 죽지 않으면 온 세상이 멸망할 지도 몰라.

 

xx. xx.

아, 신이시여.

난 믿지도 않는 신을 찾는다.

 

xx. xx.

전 그 애를 죽일 수 없어요.

 

xx. xx.

전 그 애를 죽일 수 없어요.

 

xx. xx.

내 일기장을 본 박사님이 불같이 화를 냈다.

나약한 소리만 할 거라면 무엇하러 이곳에 왔냐고. 신음하는 환자들이 보이지 않냐고.

전염병에 쓰러진 시체가 보이지 않냐고.

 

xx. xx.

방해물이 뭐냐 물으셨습니까.

그건 제 흔들림입니다.

 

xx. xx.

오늘 그 애의 집에 불을 질렀다.

견디지 못하고 결국 꺼내 오고 말았다.

 

xx. xx.

그래.

이젠 정말 해내야 해. 이곳은 막다른 길이야.

마을 사람들의 공포가 점점 커진다. 그 애를 내가 끝내지 않으면 이곳은 돌이킬 수 없게 된다.

그 애가 마지막 저주를 받은 자니까, 그 애만 없으면,

그 애가 없으면,

그 애가… 없다면…

 
제우스, [이성] 판정
 
제우스:
SAN Roll
기준치: 83/41/16
굴림: 72
판정결과: 보통 성공
 
제우스:
rolling 1d2
(
2
)
 
=
2
 
[이성] -2
 
...
 
...
 
하느님의 어린 양,
 
세상의 죄를 사하시는 주여,
 
저희에게 자비를 베푸소서.
 
하느님의 어린 양,
 
세상의 죄를 사하시는 주여,
 
저희에게...
 
평화를 주소서.
 
제우스 [아이디어] 롤
 
제우스:
지능
기준치: 80/40/16
굴림: 61
판정결과: 보통 성공
 
문득, 한가지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갑니다.
 
...
 
내가 악마야.
 
그래.
 
맞아요.
 
제우스,
 
바로 당신이 악마였습니다.
 
이 모든 전염병을 일으킨 장본인.
 
'뱀'의 저주를 받은 사람.
 
마을을 멸망시키는 자.
 
아, 그래요.
 
「당신이 마녀입니다.」
 
...
 
제단 앞에 서 있는 당신이 등을 돌리면,
 
스테인드 글라스의 빛과 성당 문 입구에서 흘러나오는 빛을 받고 서 있는 로단테가 충격으로 점철된 눈으로 당신을 보고있습니다.
 
당신과,
 
당신이 들고 있는 일기장을.
 
제우스 [관찰] 판정
 
제우스:
관찰력
기준치: 85/42/17
굴림: 89
판정결과: 실패
 
머리가 아파옵니다. 이게... 다 무슨 말인가요.
 
당신은 로단테의 손에 무언가 날카로운 것이 쥐어져 있음을 알아차렸지만, 그것이 중요한 게 아닙니다.
 
어떤가요?
 
자신이 죽어야 세상이 구원 받게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된 기분은?
 
어떤가요?
 
로단테가 사실은, 당신을 정말, 좋아했다는 걸 알게 된 기분은?
 
어떤가요?
 
여지껏 의심해온 그의 진심을 알게 된 기분은?
 
...
 
어떤가요...?
 
눈앞에 떨어진 당신의 운명을 마주하게 된 기분은?
 
...
 
...
 
......
 
모든 사실을 당신이 알았다는 것을 깨달은 로단테가 전부 내려놓은 것만 같은 얼굴로 웃습니다.
 
그가,
 
당신에게...
 
고해합니다.
 
나는 오늘 당신을 죽일 것이라고.
 
제우스:...내가, 악마라고. (잠시 분노도, 슬픔도, 좌절도, 어떠한 감정도 느껴지지 않아. 머릿속은 공백이었다.) 넌 그걸 알고 있었고. (알고 싶었던 진실을 파헤친 기분이란, 이제 무엇을 해야하는지 너는, 우리는 느끼고 있지.) 왜 말하지 않았는지는 묻지 않지. 네 진심을 알게 되어 기쁘다. (한발짝, 두발짝, 네게로 가까이 다가간다. 마주보는 황금빛 눈은 선명하다. 언제나 그랬듯이.) 얌전히 굴어달라 설득이라도 해보는 건 어떨까, (가까워지는 죽음을 피할 생각은 없으면서도,) 나를 죽이려면 그 정도 각오는 해. 죄책감 없이, 흔들림 없이, 망설이지 말고. (모든 것이 뚜렷해, 자신도 모르게 웃음이 어렸다. 자신감 넘치는 당당한 미소. 네 앞에 서서 발길을 멈춘다. 제 가슴 위에 손을 얹었다.) 그쯤은 되어야 내 심장을 내어줄 수 있지 않겠나.
 
로단테:...왜 묻지 않겠다고 해? ...왜 탓하지 않아? ... 너라면, 내가 아는 너라면... (너와 시선을 맞추다, 평소와 같이 올곧게 빛나는 네 눈빛에 차마 계속 쳐다볼 수 없다는 듯이 고개를 숙인다) ... ...미안해. ...미안해... 아무것도 모르는 너를 해치려고... 그렇게 몇년, 몇달, 며칠을 준비해왔는데... 나는... ...못해. 너한테... 너한테 내가 어떻게 그래. (기운 없는 목소리로 작게 웃음을 흘리더니, 제 앞에 서있는 당신을 다시 올려다 본다) ... 장난치지마. 각오를 하라고...? 웃기고 있네. ...언제부터 그렇게 희생정신이 투철했다고 그런 말을 하고 있어? ...나를 죽이겠다며. 나를 죽이러 왔다면서.
 
제우스:그야 답을 듣지 않아도 이해했으니까. 내가 더 모르는 진실이 남아있나? 전날 네 질문에 판단은 내 몫이라고 답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네 어깨에 손을 올린다. 동작은 느리고 부드러웠다.) 날 봐, 로단테. 이유를 찾았다. 이해했고, 납득했지. ...뭐가 더 필요하지? 거짓으로 다가왔던 건 특별히 용서해주마. (삐뚜름히 그려낸 미소는 곧 가라앉았다. 가까운 이를 악마로 의심하는 것은 합리적일 망정 썩 기분 좋은 일은 아니었고. 네 고뇌는 그보다 더했을테니. 속임을 당했다. 화가 날 만한 일이고, 또한 이해될 만한 일이다.) 그러면? 답은 하나뿐이지 않나? 희생 정신이 아니라, 이건 당연한 일이지. (사람의 목숨에는 경중이 있다. 누구보다도 무게가 있는 목숨이라 자신한다. 백 명의 사람보다도 스스로가 살아남는 것이 더 세상에 이득이 되리라고 한 치의 의심도 없이 믿고 있다. 그러나 반대편에 걸린 것은 이 세상이었고, 저울은 당연하게도, 기울었으니.) 악마의 속삭임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광기에 귀를 기울일 정도로 아둔하지는 않아. (생각할 필요도 없다는 듯 일축하며) ...너도 알고 있잖아. (뚫어져라 눈을 마주한다.) 그러니 나를 죽이겠다고 말했지. (죽고 싶지는 않아, 당연하지. 하지만 필요하다.)
 
로단테:...아니. 더 숨기고 있는 건 없어. 이제와서 너를 속일 필요가... 뭐가 있겠어. (어깨에 얹힌 손을 힐끔 쳐다보다가 그대로 시선을 옮겨 너와 눈을 마주친다) ...아니잖아. 왜, 왜 그렇게 말하는데...? ...죽고 싶지 않잖아, 사람이라면 당연히... 살고 싶잖아. 그게... 아무리 가장 합리적인 선택이라고 해도... (입을 꾹 다물곤 다시 시선을 피한다. 네 손을 가볍게 쳐내곤 두어발자국 물러나, 바닥에 칼을 버리듯 떨어트린다) ...맞아. 네 말대로야... 가장 잘 알고 있는 건 나고. 하지만, 왜... 왜 그렇게 평온하게 굴어? 나를 원망해도 되잖아, 어떻게 그럴 수 있냐고 책망하고... 내게 욕을 하고, 폭언을 퍼부어도 되잖아. 왜... 그런 눈빛으로 쳐다보는데? 왜 그렇게 쉽게 목숨을 내어주겠다고 말해? (눈을 질끈 감고 말을 잇는다) 다시 말하게 하지 마. 난 못해. 하늘이 갈라진다고 해도 상관 없어. ...차라리 이대로 나를 지나쳐서 어디로든 가. 붙잡지 않을테니까...
 
제우스:죽고 싶지 않다고 말하면 결론이 달라지는 것도 아닌데. (우리가 반대의 입장이었더라면 어땠을까, 그 속삭임대로 네가 악마였다면. 나는 아마 칼을 들었겠지. 후회도 없고, 망설임도 없이. 그리고 멈춰 서 오랫동안 너를 기억했을 것이다. 아주 오랫동안, 어쩌면 평생. 그러나 칼끝은 돌려졌고. 날 향한 칼날도 마찬가지로 주저 없기를 바라. 그게 맞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싫다는 사람에게 굳이 날 죽여달라고 설득할 정도로 자기애가 없지는 않아. (네 말이 맞아. 난 역시 희생 정신이 투철한 사람은 아니군. 쓰게 웃었다.) 원망해야 하나? 너는 옳은 일을 했다. (아니야, 쉽지 않았다.) ......글쎄, 수긍이 빨랐다고 받아들이는 게 수월했다는 의미는 아니지. (시간이 얼마나 주어져도 똑같은 선택을 했을 테지만. 문득 생각했다. 그리고 이건 네 선택인가. 떨어진 칼에 시선을 보낸다. 몸을 숙여 칼을 주워들었다.) 세상의 멸망을 바라보며 후회하지 않으려고?
 
로단테:... (너와 같은 생각을 했다. 만약 우리가 반대의 입장이었다면 어땠을까. 나는 망설임 없이 죽음을 받아들였을테고, 내 앞에 있는 너 또한 세상을 위해 이 일을 받아들였을테지. 만약 네가 하지 않겠다고 하더라도 나는 혼자 자결하는 쪽을 택했으리라) ... ... (꾹 감았던 눈을 뜨고 네 얼굴을 쳐다본다. 그리고 다시 네가 주워든 칼에도 시선이 향했고, 마지막으로는 결국 제 발끝만을 쳐다봤다) ...그렇게 말하는 것 치고는... 지금 이 행동은, 죽여달라고 설득하는 거랑... 다를 바가 없어보이는데. (또다시 입을 다물었다가 힘겹게 얘기를 꺼낸다) ... ... 내가... 죽어달라고 하면, 내가 너를 죽이겠다고... 그렇게 얘기하면. 너는 죽을 생각이야? ...네 목숨이랑 맞바꿔서... 네 존재도 모르는 다수의 사람들을 위해 희생할 생각인거야? ...나는 자신 없는데. 세상이 멸망하는 걸 보는 것보다... 지금 그 칼을 쥐는게 더... 어렵다고.
 
제우스:(부정하지 않으며 입꼬리를 올린다. 시간은 지금도 흘러가고 있었다. 칼의 손잡이를 가볍게 쥔다.) 후회할 거라는 뜻이군, 아닌가? (하기야 어느 쪽을 택해도 네게 후회는 남을지도 모른다. 너는 자신과는 다른 부류의 사람이었으니까. 아마 그런 점에 이끌렸던 것일지도. 그렇게 언제부터 진심이 되었을지 모르는 친분을 쌓아올리고. 분명 그렇게까지 깊은 사이도, 오래된 사이도 아니라 생각했는데.) 그래? 나는 자신 있어. (인생에 있어 예상치 못했던 사건이 일어나는 것은 어쩌면 즐거움일지도 모른다. 자신은 그런 우연을 썩 좋아하는 편은 아니었지만. 계획적인 친분, 뜻밖의 우애. 다른 상황에서 만났더라면 조금 더 좋았을지도 모른다는 쓸데없는 생각이 스쳐간다.) 마음대로, 어려우면 하지 마라. (칼을 잡은 손에 힘을 준다. 너와는 완전히 다르면서도, 한편으로는 생각이 일치하는 부분이 있었어.) 내가 스스로에게 칼을 겨누게 만들고 싶어? 그건 더 쉬울까. (어떤 길로 향하든 맞이할 끝은 같았다. 제게로 칼을 겨눈다, 심장 바로 위. 이를 드러내며 미소짓는다) 생각을 바꿨다. 설득이 아니라 협박을 하지. 내가 세상을 사랑하는 것과는 별개로 죽음의 무게까지 안고 사라지는 건 좋은 일은 아니거든. 내 생은 누구보다 귀중하고, 그 무거움을 가장 잘 알만한 사람은 너니까. (한없이 이기적인 결정, 끝을 향하는 방법은 네게로 쥐어준다.) 손을 뻗어 찌르던가, 아니면 나가라. 로단테.
 
로단테:(네 심장으로 향해진 칼끝을 본다.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되려 자신의 심장이 바닥까지 떨어지는 기분이 든다. ... 네가 웃는 모습은 그랬던가. 그렇게 환하게 웃어준 적이 이번이 처음이라, 제 앞에서 자신을 담보로 도박이라도 하자는 듯이 말하는 네 모습이 너무 멀게 느껴진다.) ... .. 그게, 그게... 네 대답이라는 말이지. (설령 자신이 죽는 일이 있더라도 소중한 사람을 제 손으로 해치지는 못한다. 너는 분명히 내 소중한 사람이고, 그렇기에 세상이 멸망하더라도 자신은 저 칼을 잡을 생각이 없다. ... 그러나,) ... 하하, 진짜... 머리 좋다니까. .... 그렇게 말하면... 내가 내릴 결정은 하나뿐이잖아. ... 제우스. (두어 발자국 물러났던 거리를 다시 좁혀, 칼을 쥔 네 손 위를 겹쳐 잡았다가) 그래도... 이렇게 끝내면 안 되지. (그대로 칼을 빼내 자신의 손으로 고쳐 잡는다) ... 실은... 너랑 하고 싶었던 게 꽤 많았어. 네가 책을 읽고 이런 부분이 좋았다, 저런 부분은 어땠다,라고 할 때마다 네가 그걸 좋아할 것 같아서 그 책을 골랐다고 해주고 싶었고.. 평범하게 인사를 건네줄 때나, 가끔이지만 농담을 할 땐, 정말 친구라도 된 것처럼 굴고 싶었고... 네가 기도를 드리러 왔을 때, 나를 의심하기 시작했을 땐... 모든 진실을 말해주고 싶었어. ... 아니, 실은 너를 처음 만났던 날부터 나는 이미 너를 죽일 각오가 사라져가고 있었는지도 몰라. ... 하지만, 내 소중한 벗의 마지막을... 어떻게 자살로 몰겠어. (입술을 꾹 깨물곤 덜덜 떨려오는 손에 힘을 준다. 할 수 있다고, 해야만 한다고 속으로 되뇌며 네 명치, 가슴이던가? 심장의 위치는 어디였더라. 칼끝이 계속 방황하다 겨우 제대로 된 위치를 향한다) ... 이게 네 선택이라면 나는 기꺼이 네 죽음의 무게를 짊어질게. ... ... (우는 듯, 웃는 듯, 엉망이 된 얼굴로 간신히 미소 짓는다) ... 그러니까 작별 인사 한마디만... 해주라.
 
제우스:(끝이다. 마지막이 눈 앞으로 다가왔다. 죽음이 제게 입을 맞추려는 게 느껴진다. 심장이 뛸 때마다 온몸에는 피가 돈다. 제 죽음을 직감한 듯 강한 박동이었다. 자신이 유도한 길이었다. 모든 선택은 제 손에 있었다. 분명 만족스러워야 하는데. 이 감정은, 그래, 아쉬움인가. 조금 더 같이 있을 수 있었다면, 정말 답지 않은 생각이라는 걸 알았다.) 그래... (제 손에서 빠져나가는 칼을 무표정하게 바라본다. 전염병이 돌고, 세상이 멸망해가기 시작하면서 제 마지막을 상상해보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그 끝은 병원일 수도 있었고, 저택 안 침실일 수도있었으며, 어쩌면 성당. 그도 아니라면 이 세상과 끝을 함께할 수도 있으리라고. 그러나 그 어떤 것도 이런 형태는 아니었기에. 귀에 울릴까 착각이 들 정도로 강하게 뛰는 심장에도 손끝은 차가워진다. 이성이 판단했다. 긴장 때문이다.) ...떨지 말고. (넌 악마를 죽였다고 생각하지 않겠지. 네가 심장을 겨누고 있는 것은 악마가 아닌 네 벗이고. 자신의 친구는 스스로를 합리화할 만큼 약한 사람도 아니었다. 넌 나의 죽음을, 그 무게를 기억할 것이다. 활기를 되찾은 지상을 바라보면서도 차갑게 식어가는 제 모습이 마음 한 구석에는 남아있으리라 믿는다. 그것은 속박이다. 그만큼 너는 황폐한 세계를 되살리는 데에 힘을 보탤테고. 또 아니라면 어떨까. 그 무게를 감당하지 못한다면 네 죽음은 특별히 자신과 동등하게 쳐주겠다고, 그러면 값은 치렀다고, 그런 후한 생각까지 해가며. 엉망이 된 얼굴을 바라보며 가만히 숨을 멈춘다.) 다음이 있다면... (호흡과 함께 빠져나온 말은 실낱 같았고, 흐리게 사라졌다. 후생을 논하다니 정말로 헛된 말이다. 유언을 남기는 성격은 아니었는데. 옅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니다, 어려운 일을 해줘서 고맙군. (쓸데없는 생각이다. 네게 미련을 남길 말들이다. 평범하게 책을 읽고 감상을 나누고, 서로 농담하고 함께 차를 마시는 날이, 그런 시간이. 소중했으며, ... ... 그리움을 지워낸다. 마주 미소지었다. 목소리는 떨리지 않았다. 간결한 인사가 흐른다.) 안녕, 내 친구. 로단테.
 
로단테:... ... 안녕, 제우스. 꼭... 다시 만나자.
 
...
 
... ...
 
당신은 결정합니다. 운명을 받아들이겠노라 결정하고 맙니다.
 
당신에게 칼을 겨누고 있는 로단테가 보입니다.
 
어쩐지 그 얼굴에는 처참한 기색이 깃든 것도 같습니다.
 
어린 양을 바침으로 세계는 구원받을까요.
 
대체 구원이라는 게 무엇인지 모르겠습니다.
 
고요한 성당.
 
아마도 로단테는 이 마을을, 세계를 구했으나
 
사람을 죽인 죄로 영영 돌아오지 못할 것입니다.
 
하지만 아무렴 어떻습니까,
 
역병과 재난이 사라진다는데...
 
로단테의 우는 듯한 낯이 마지막으로 당신의 망막에 담기고,
 
언뜻 눈에 스쳐보이는 칼날이 빛났던가요.
 
한 순간의 반짝임과 함께 심장이 찔리고, 서서히 몸에서 힘이 빠집니다.
 
...
 
당신을 끌어안고 작게 흐느끼는 소리가 들립니다.
 
... ...
 
정신이 점점 희미해져갑니다.
 
이게 죽음이구나.
 
...
 
아,
 
죽기 싫어요.
 
죽고싶지 않아요.
 
한 가지 속삭임이 연거푸 들려옵니다.
 
"가끔 차라리 이 세상이 멸망하면 어떨까 싶었어."
 
로단테의 속삭임입니다.
 
"그런식으로 너와 함께 멸망해버린다면 어떤 기분일까 싶었어."
 
"난... 이 세상의 마지막을..."
 
"...너와 함께 맞이하고 싶었어."
 
...
 
... ...
 
무슨 생각을 했을지요. 당신의 고해를 듣고, 그는...
 
도대체 무슨 생각이었을까요.
 
마녀의 고해를 듣고, 그는...
 
단 한 사람만의 종말이 들이닥칩니다.
 
어둠을 기리는 빛이,
 
너무나도 찬란한 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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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D 3. 마녀의 고해]
 
PC. [제우스] 로스트
 
KPC. [로단테] 생존
 
... 세상의 구원.
 
19-03-06
 
세상의 내일이 밝아옴과 동시에, 한 사람의 이야기가 막을 내립니다.
 
그를 곁에서 지켜본 이는, 자신의 숨이 다하는 날까지 마녀, 당신의 이야기를 기억할 것입니다.
 
그러니 안심하고 눈을 감도록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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