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을 차렸을 때, 당신은 걷고 있었습니다.
로단테 H. 아드레스티아:관찰력기준치: | 75/37/15 |
굴림: | 34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까만 밤하늘 아래로 눈밭 위를 걷고 있습니다.
하얀 모래사막이 검푸른 하늘과 맞닿은 지평선 너머까지 끝없이 이어져 있습니다.
로단테 H. 아드레스티아:... (하늘을 올려다본다)
멍하니 바라보고 있으면 공허함이 로단테를 집어삼킬 것만 같습니다.
로단테 H. 아드레스티아:... ... (고개를 숙여 바닥의 모래도 가만히 쳐다본다)
새하얀 모래는 당신이 발을 움직이면 사르륵, 금방 모래가 밀려와 새겨낸 발자국을 덮어버립니다.
무척 고운 입자네요, 움켜쥔다면 아무런 흔적도 남지 않을 것만 같습니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지만, 그것도 금방 사라지고 맙니다.
목적도, 이유도 잃어버린 당신은 그저 아무도 없는 이 사막을 걷고 또 걸을 뿐입니다.
언젠가 그와 함께 이런 하늘 아래를 걷던 것이 생각납니다.
영문도 모를 기억을 떠올린 로단테의 앞에 모래언덕이 나타납니다.
로단테 H. 아드레스티아:관찰력기준치: | 75/37/15 |
굴림: | 8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꼭 하늘에 닿을 것 같이 높게 쌓인 새하얀 언덕이네요.
경사가 꽤 있어 올라가려면 제법 힘들지도 모릅니다.
로단테 H. 아드레스티아:...? (고개를 들어 멀뚱히 쳐다본다)
높은 언덕 위에는 분명 인영이 존재하지만, 잘 보이지는 않습니다.
더 자세히 보려면 가까이 올라가야 할 것 같네요.
로단테 H. 아드레스티아:(느릿하게 인영 쪽으로 다가간다)
로단테 H. 아드레스티아:행운기준치: | 80/40/16 |
굴림: | 48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매끄러운 모래 입자에 중간에 미끄러질 뻔 하기도 했지만,
그는 언덕 위에 앉아 텅 빈 하늘을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습니다.
로단테 H. 아드레스티아:... 저기... (조금 머뭇거리다 말을 걸어본다)
누구신데 이런 곳에 계세요?
말을 걸자, 그가 당신을 눈치채고 뒤를 돌아봅니다.
?:(고개를 돌려 널 물끄러미 바라본다. 가볍게 미소지으며) 안녕, 로단테.
로단테 H. 아드레스티아:듣기기준치: | 40/20/8 |
굴림: | 99 |
판정결과: | 대실패 |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천천히 모래언덕 아래를 내려갑니다.
로단테 H. 아드레스티아:...? (그 모습을 멍하니 쳐다보다가 뒤늦게 따라간다) ...저를 아세요?
?:(발걸음을 천천히 늦춘다. 네가 옆에 설 때까지 잠시 기다린다) 그래, 로단테 아드레스티아.
로단테 H. 아드레스티아:(원래의 자신이었다면 충분히 경계하고 물러날 만도 하지만 이제 와서 내 안위가 무슨 상관이 있을까, 싶은 마음에 네 옆에 서서 물끄러미 네 얼굴만 쳐다본다) ... 저는 그쪽을 몰라요.
?:(널 내려다보다 이내 입꼬리를 올린다. 조금은 씁쓸하고, 조금은 장난스러워보이는 웃음.) 뭐, 아마 네 기억 속에 있는 사람이지 않을까 하는데.
로단테 H. 아드레스티아:듣기기준치: | 40/20/8 |
굴림: | 33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손가락 사이로 부드럽게 빠져나가는 모래알들을 내려다본다. 곧 흔적조차 남기지 않고 사라질,) ...이렇게 수없이 많은 모래알 중 하나일 수도 있고. (꽤 감상적인 이야기인걸, 저와는 썩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하지만. 텅 빈 손바닥을 털어버리고 하늘을 바라보며 피식 웃어버린다) 아니면 저 하늘의 소중한 별이었을 수도 있고.
그의 시선을 따라 하늘을 바라보니, 아무것도 없던 하늘 높은 곳에, 반짝이는 것이 보입니다.
로단테 H. 아드레스티아:... 하늘에는 아무것도 없었는데... (작게 중얼거리다가) 당신은... 마법사인가요?
?:(뜻밖의 말을 들은 것처럼 눈을 동그랗게 뜨다 곧 크게 소리내어 유쾌하게 웃어버린다.) 아하하, 나중에 이 말을 네게 꼭 다시 들려주고 싶은데. 저건 내가 한 게 아니다. 그리고... (뜻모를 미소) 마법사라기보다는 조금 더 나쁜 거였을지도 모르지?
로단테 H. 아드레스티아:(입을 비죽 내민다) 그렇게 웃겼나... 그거 참 잘부탁드리겠습니다. 나중의 저한테 안부 인사도 함께 건네주시고요. (농담 하듯 대꾸하고는 네 차림새를 훑어본다) 마법사보다 나쁜 거... 글쎄... 일단은 사람이니까 괴물은 아닐테고. 옷도 검고 하니... 악마?
?:(쿡쿡 새어나오는 웃음을 감추지도 않고 고개를 끄덕인다. 친애의 감정으로 가득한 눈동자를 들며) 그래, 꼭 전해주지. 뭐... 영민한 건 여전한가. (꼭 그런 것 같지도 않지만. 굳이 답하지 않으며 어깨를 으쓱한다.) 그것 말고 더 물어볼 건 없나? (걸어가던 곳을 향해 천천히 발을 옮기며) 여기가 어디인지, 지금은 어디로 가는 건지... 내가 왜 이곳에 있는지. 나라고 이곳의 거주민은 아니거든.
로단테 H. 아드레스티아:(네 옆에서 걸음 속도를 맞춰 따라간다) 더 물어볼 거라... 글쎄... (검지손가락으로 저 지평선 너머를 가리킨다) 여기는... 새하얀 사막, 별이 하나 떠 있는 밤하늘 아래. 우리는 앞을 향해 가고 있잖아요? 당신이 이곳의 거주민이 아니라면 나를 안내하러 마중이라도 나온 조상신 즈음 되려나... (실없는 말을 이어가더니) ...그런데 정말 누구세요? 저를 마치... 오랜 친구라도 대하듯 구는데. 물어보면 뭐든 대답해주시는 건가요?
?:(네 손가락을 따라 멀찍이 시선을 보낸다) 그 사실이면 충분한 건가? 그래... 마법사에 조상신이라... (묘한 표정을 짓다 방긋 웃으며) 이것도 나중에 꼭 함께 말해주도록 하지. 나에 관해서라면 곧 떠오를 테니 천천히 생각해도 좋아, 로단테.
흐음, 안타깝지만 난 친구라고 해도 모든 것을 답해주는 사람은 아니라서. 답할 수 있는 한에서는 해주겠다.
로단테 H. 아드레스티아:...당신에 대해서는 궁금한 게 많지만, 그쪽 말대로 곧 떠오를 거라면 조금 기다릴게요. (손을 꼼질대다가) 그럼 일단 물어보고 볼래. 이곳이 어딘지, 어디로 가고 있는지, 그런 건 별로 궁금하지 않지만... 알아두면 당신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겠죠. ... 여긴 어디예요? 우리는 어디로 가나요. '우리'가 아니라면 당신과는 언제쯤 헤어지나요? 왜 아까 그 모래 언덕에서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었죠? ... 나를 기다렸나요?
?:(쏟아지는 네 질문들에 만족스러운 얼굴을 보이며) 우선 대답해줄 수 있는 것들만 차례로 해볼까. (네가 조금 더 의욕을 보여내면 좋겠지만 지금은 이 정도로 만족해야겠지.) 이곳은... 그래, 아까 전 네가 말했던 것과 크게 다르지는 않겠군.
로단테 H. 아드레스티아:듣기기준치: | 40/20/8 |
굴림: | 39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보다시피, 별들만이 너를 맞이하는 끝없이 펼쳐진 모래사막이다.
다시 한 번 하늘을 보니, 방금 전 보다 그 숫자가 조금 많아진 것 같습니다. 희미하게 반짝이네요.
?:그리고 나는, 네가 가는 곳까지 함께 갈테니 우리라는 말을 써도 나쁘지 않을테고. (우리라, 새삼스러운 감정에 가볍게 웃는다) 그곳에 있던 이유를 들자면, ...네가 기억해줬으니까.
그는 그것을 끝으로 다른 질문에는 더이상 대답하지 않습니다.
로단테 H. 아드레스티아:... (네 대답을 가만히 곱씹어본다) ...다른건 더 질문하면 안돼?
?:입을 막고 있는 것도 아닌데 질문이라면 자유롭지 않겠나. 대답이 돌아오는가는 별개의 문제고. (조금 더 걷는다. 잠시 망설인다) 맞아, 널 기다렸다.
그와 대화를 하며 걷다 보면, 문득 로단테는 자신의 목소리를 참 오랜만에 듣는다는 생각을 합니다.
아무도 없으니, 자신의 목소리를 들을 일이 없었으니까요.
혼잣말을 했다고 하더라도 자신의 목소리에 신경을 쓰지는 않았습니다.
로단테 H. 아드레스티아:지능기준치: | 80/40/16 |
굴림: | 40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그 소리를 들으며 로단테는 조심스러운 생각이 떠오릅니다.
여태껏 혼자였던 탓에, 이런 생각을 하게 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마치 당신을 꿰뚫어 보기라도 한 듯한 질문입니다.
로단테 H. 아드레스티아:그건... (잠시 대답을 망설인다) ...당신은 정말 마법사 같네요. 조금 외로웠던 것도 같고... ...혼자였으니까.
?:...후회 같은 건 하지 않지만, 조금 씁쓸해지는 건 어쩔 수 없군. (짧게 중얼거린다. 앞을 보고 있는 그대로 위로라도 하듯이 네 어깨를 살짝 두드린다.)
문득 앞을 보니 모래 속에 무언가 파묻힌 것 같습니다.
로단테 H. 아드레스티아:(후회? 왜 네 입에서 그런 단어가 나오는지 아직도 도무지 모르겠다. 우리는 무슨 사이였나, 나는 당신한테 어떤 사람이었을까. 어쩐지 익숙하게 위로를 받고는 제 앞을 멀뚱히 쳐다본다) ...뭐가 묻혀있는데?
하얀 모래를 옆으로 밀어내자 그것의 정체가 드러납니다.
로단테 H. 아드레스티아:...? (쭈그려 앉아 초상화를 살펴본다. 익숙한 얼굴인가?)
찬란한 금빛 머리카락과 눈동자, 모난 곳 없이 시원하게 뻗은 이목구비가 그와 어우러져 그를 돋보이게끔 합니다.
사진으로도 쉬이 알아볼 수 있는, 입가에 머무는 자신만만한 웃음……
이건, 방금 전까지 당신과 얘기를 나눈 사람과 닮은 모습이네요.
그를 돌아보면, 방금 전까지는 알아볼 수 없던 모습이 확실히 눈에 들어옵니다.
사진을 <관찰>하거나 조금 더 살펴볼 수 있습니다.
로단테 H. 아드레스티아:(제 뒤의 이를 힐끔 봤다가 초상화를 더 자세히 살펴본다)
여기에 무언가 써져 있어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드는데……
로단테 H. 아드레스티아:... 이거... 누구 걸까. 이름이 없네... (초상화에서 시선을 뗴지 않고 질문을 던진다) 이 초상화의 주인이 누군지 아세요?
?:(망설이지 않고 긍정한다) 그야 물론, 그 주인은 나니까.
로단테 H. 아드레스티아:지능기준치: | 80/40/16 |
굴림: | 47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어?
로단테는 문득 그 모습에서 아주 그리운 느낌을 받습니다.
눈앞에 있는 그의 이름을, 로단테는 알고 있나요?
그의 눈동자색을 보면, 문득 당신의 머릿속에 스치고 지나가는 이름이 있습니다.
로단테 H. 아드레스티아:... (미묘한 표정을 짓는다. 입을 몇 번 달싹이더니) ...제..우스...?
그의 황금빛 눈동자를 보며 로단테는 그의 이름을 말합니다.
그러자, 당신의 눈앞에 어떤 풍경들이 스쳐 지나갑니다.
성당에서 함께 티타임을 즐기고, 새로운 책을 빌려주고 읽던 순간.
평범하게 인사를 건네고, 농담을 하고 웃던 시간들
마을 사람들이 없는 곳에서는 조금 더 편안한 얼굴로, 로단테는 이제 자신의 평범한 일상들도 떠올릴 수 있습니다.
제우스 B. 칼리스타:드디어 '제대로' 알아보는 눈이군, 로단테. (옅게 미소지었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도 로단테는 사막을 걸어야겠다는 생각을 떨칠 수는 없습니다.
하늘을 올려보면, 조금 더 빛나는 새카만 하늘에 별이 떠 있습니다.
하늘 높은 곳에서 빛나고 있는 저 별은, 북극성이라고 하던가요?
로단테 H. 아드레스티아:교육기준치: | 70/35/14 |
굴림: | 53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길을 잃은 사람들이 저 별을 보며 길을 찾곤 한다고들 하죠.
로단테 H. 아드레스티아:...너, 너... (밀려오는 기억들에 머리가 잠시 어지럽다가도, 하늘을 예쁘게 수놓은 별들에 결국 시선을 빼앗긴다. 북극성을 한참 올려다보고 있다가 다시 입을 연다) ...묻고 싶은 게 많으니 딱 한가지만 추려서 물어볼게. ...내가 아는 제우스가 맞아?
제우스 B. 칼리스타:(복잡한 심경을 가리려 눈을 접어 웃는다. 전부 기억해내는 것은 아직이겠지. 한동안 대답 없이 사막을 걸어간다. 나는 네가 아는 제우스인가? 네가 묻고 있는 것은 저주를 내리는 악마일까, 아니면...) ...네가 아는 제우스가 맞다.
로단테와 제우스가 지나온 곳엔 두 사람의 발자국만 찍혀있습니다.
로단테 H. 아드레스티아:...마을 근처에 이런 사막이 있다는 얘긴 듣지 못했는데. 여긴 꿈인가? ...나는 꿈을 꾸고 있는 거야? (너를 힐끔 쳐다본다)
제우스 B. 칼리스타:...꿈이라고 생각한다면, 그럴 수도 있겠지. (널 마주보며 소리 없이 미소지었다)
로단테 H. 아드레스티아:지능기준치: | 80/40/16 |
굴림: | 97 |
판정결과: | 실패 |
당신이 어떤 생각을 떠올렸든, 둘은 모래사막을 걸어갑니다.
그때, 저 앞에 무언가 떨어진 것을 발견합니다. 새하얀 모래 위라 그런지 눈에 잘 띄네요.
그건 책이네요. 이런 게 왜 여기에 있는 거죠?
로단테 H. 아드레스티아:지능기준치: | 80/40/16 |
굴림: | 79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그것을 주워들고 요리조리 살피다 보면, 어딘가 익숙한 느낌이 드는 물건입니다.
로단테의 손에 들린 것을 보더니, 제우스가 다가와 말합니다.
역시, 이건 제우스의 것이었던 걸까요? 아니면......
제우스 B. 칼리스타:너에게 받은 마지막 책이지. (초록색 띠지가 중앙에 걸린, 두꺼운 갈색 표지, 네 손에서 책을 가져가 약하게 어루만진다. 펼쳐보지 않은 것처럼 빳빳한 종이는 마치 새 것과 같았다.) 기억... 나지 않나? (네 눈을 조용히 들여다본다)
제우스의 말을 듣는 순간, 로단테는 또다시 자신을 스쳐가는 수많은 풍경들을 마주합니다.
점차 황폐해져가던 땅, 전염병으로 죽어가는 사람들. 풍요롭던 마을은 황량해지고, 매일 밤 성당에서 기도하던 시간들.
자신을 의심하던 그 앞에서, 아무것도 모르는 척 미소지으며 흔들리던 날들이 눈 앞을 스쳐갑니다.
그래요. 이 책은 그의 집에 불을 지르러 결심한 전날, 그에게 선물한 책입니다.
로단테 H. 아드레스티아:지능기준치: | 80/40/16 |
굴림: | 71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모든 게 떠올랐습니다. 로단테가 잊었던 그 괴로운 나날들, 소중한 친구, 눈앞의 제우스.
……정말로 모든 것이 맞나요? 아직 무언가 완성되지 않은 기억입니다.
로단테 H. 아드레스티아:...아, ...어, 어.... (책과 네 얼굴을 번갈아보다 두어걸음 뒷걸음질 친다. 거짓말에 재능이 없음을 알면서도 네 질문에 솔직하게 대답할 마음은 어쩐지 들지 않는다.) ... 기억... ...안 나는데.
제우스 B. 칼리스타:네가... (말을 꺼내기 어려워 조용히 책을 챙긴다. 하지만 나는 내 죽음을 전하고, 그리고 더 해야 할 일이 있기에. 희미한 망설임은 행동하지 않을 이유가 되지 않는다.)
로단테 H. 아드레스티아:관찰력기준치: | 75/37/15 |
굴림: | 22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의문이 스치기도 잠시. 로단테는 이게 무엇인지 알고 있습니다.
로단테 H. 아드레스티아:... (입술을 꾹 깨문다) .... 내가... 내가 왜? (그때처럼... 그래, 마을에서 너와 보냈던 그 시간들처럼, 네 표정을 살핀다. 조심스러운 목소리로 묻는다. 왜? 이 칼이 너한테 있어?)
제우스 B. 칼리스타:...이게 뭔지, 기억나지 않나? (멸망을 앞둔 순간, 제 마지막 날. 네가 손에 들었고, 거부했던, 그리고 자신이 억지로 쥐어준, 한 사람의 심장을 파고든 그 칼날. 네 눈길에도 시종일관 덤덤한 얼굴이었다.)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해라, 로단테. (잠시 침묵) 떠올리고 싶지 않다면 그렇게 해. (받아들여야만 할텐데, 지금 강요할 필요는 없겠지.)
로단테 H. 아드레스티아:...나, 나는.... (네 얼굴을 제대로 쳐다보지 못하고 바닥만을 응시한다. 기억이 나지 않을 리는 없다. 잊지 않겠다고 약속까지 했는걸. 여기서 모른 체를 계속한다면 분명 네게 실례일 것이다.) ... 기억, ... 기억나. ... 알아. 잊을 리 없잖아. 보고도 모를 리 없잖아. 그건 내가 너를... ... (찌른 칼이잖아. 차마 말로 내뱉지는 못하고 다시 입을 꾹 다문다)
당신의 소중한 친구는, 세상에 없다는 것을요.
그날, 그 성당 안에서, 그렇게 로단테의 곁을 떠났는걸요.
제우스를 바라보면 그저 당신을 부드럽게 바라보며 웃고 있습니다.
한참 얘기를 하다 보면, 당신은 문득 무언가 바뀐 것을 느낍니다.
하늘에는 반짝이는 별들이 넓은 하늘을 가득 채우고 있습니다.
로단테 H. 아드레스티아:지능기준치: | 80/40/16 |
굴림: | 91 |
판정결과: | 실패 |
제우스를, 소중한 추억들과, 멸망의 시간들을 떠올렸기 때문인가요?
쏟아질 것만 같은 별들은 환하게 빛나 지금은 밤인데도 마치 밤이 아닌 것만 같습니다.
또 얼마나 걸었을까요. 둘 앞에는 다시 모래언덕이 나타납니다.
그리고 그 모래언덕 앞에는, 무언가 떨어진 것이 보입니다.
로단테 H. 아드레스티아:... (앞서 두 번이나 봤으니 이번엔 익숙하게 떨어진 것을 줍는다.)
로단테가 그것을 주워들자 무언가 떨어져 발밑의 하얀 모래에 붉은 자국들이 번집니다.
로단테 H. 아드레스티아:...? (붉은 자국을 물끄러미 내려다본다. 이게 뭐지?)
새하얀 모래 위에 붉은 것들이 떨어져 마치 꽃처럼…… 번져나갑니다. 점점, 넓게.
로단테 H. 아드레스티아:관찰력기준치: | 75/37/15 |
굴림: | 38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발견한 것은 날카로운 단검입니다. 아까 발견한 칼과도 비슷해보이지만... 다른 모양이네요.
로단테 H. 아드레스티아:... (이런 식인가. 물건을 줍고, 기억을 조금씩 되찾고. 아직도 잊고 있는 사실이 있나? 칼을 가만히 내려다보며 잠시 기다려본다)
로단테가 손 안을 가만히 내려다보자, 순간 머릿속에 회색 기억들이 스칩니다.
기억이 돌아오는 과정이, 이제는 꽤 익숙할지도 모르죠.
... ... 안녕, 제우스. 꼭... 다시 만나자.
그날, 당신은 제우스를 잃고 세상을 구했습니다.
세상에 저주를 내리던 악마를 살해한 일은 마땅한, 정의로운 것이었지요.
그러나 당신에게 그는 악마가 아니라 소중한 친구였습니다.
밖으로 나가지 않고, 그 기억을 곱씹으며 당신은 살아도 산 것 같지 않은 일상을 보냈습니다.
삶의 의지는 이미 그 날, 그와 함께 사라졌습니다.
방 안에 틀어박혀 나오지 않던 당신의 눈동자 위로 단검이 비칩니다.
꼭, 그의 심장을 찔렀던 그것과 같은 모습이라고, 당신은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칼을 들어올리고.
로단테가 본 것은, 어쩌면 자신의 마지막일지도 모르는 순간입니다.
이제서야 자신이 왜 이 끝없는 모래사막을 걷고 있는지,
로단테가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것들은, 전부가 아니었습니다.
로단테가 따라가면, 그를 다시 만났던 것 같은 하늘과 닿을 것 같은 언덕 위입니다.
멀리 바라보면 아래로는 새하얀 모래가 끝없이 펼쳐져 있고, 하늘은 여전히 별이 가득 빛나고 있습니다.
로단테 H. 아드레스티아:...제우스. (무슨 말을 더 꺼내야할지 모르겠다는 얼굴로 가만히 네 이름만 불러본다)
제우스 B. 칼리스타:...그래. (별을 가리던 장막이 걷힌 하늘을 올려다보다 담담한 얼굴로 고개를 돌린다) 다시 만나서... 반갑다, 로단테. (옅게 미소짓다 눈가를 살짝 찡그리며 덧붙인다) 이런 형식으로 보기를 원한 건 아니었다만.
로단테 H. 아드레스티아:반갑다고...? 너는... (복잡한 심정이 고스란히 내비치는 얼굴로) ...나한테 할 말 없어? 다시 물어볼게. 여긴 어디야? 너는 왜 여기에 있어? 너는... 내가 아는 제우스가 맞아?
제우스 B. 칼리스타:꼭 다시 만나자고 했으니까, 그에 맞는 대답을 들려준 것 뿐인데. (침묵하며 네 머리를 부드럽게 토닥인다. 손을 내리고 옅게 숨을 내쉬며) 이번에도 왜 화내지 않느냐고 묻는 것은 아니겠지? (농담처럼 흘려 말하고는 웃었다) 네가 살아갔으면 해서, 삶을 이어갔으면 해서. 아마 그게 내가 여기에 있는 이유겠지. (이미 벌어진 사건에 대해서는 따지지 않았다. 자신의 죽음을, 그 무게를 기억하라는 것은 죄책감에 무너지기를 원한 게 아니었다고. 오히려 그 희생을 잊지 않고 세상을 다시 살려낼 원동력으로 삼기를 바랐지만. 감당하지 못했다고 화내지 않아.) 어쩌면... 그래, 너를 설득하려고.
로단테 H. 아드레스티아:...아니, ...아주 제대로 맞췄어. 그렇게 물어보려고 했는데... (네 웃음을 보고도 표정이 영 펴지질 않는다) ...왜? 고작 그런 이유로 나를 만나러 왔어? 대체 왜...? 이해할 수가 없어... 그냥, 그냥... 내버려둬도 좋았잖아. (아까 나눴던 대화를 떠올리곤) ...내가 떠올렸기 때문에 여기에 있다고 했었나. ...멋대로 불러서 미안해. 돌아가도 괜찮아.
제우스 B. 칼리스타:하... 정말 이곳에 있는 게 내 의지가 아니었다고 생각하나? (어처구니 없는 듯 고개를 저으며 머리를 몇 번 쓸어올린다) 좀 유하게 대해줬더니 말이야. 기억을 떠올리지 못할 때가 더 귀여웠었는데 아쉽군. (입꼬리를 비죽 올리며) 마법사, 조상신?
단호하게 말해두는데, 누가 내게 내가 원하지 않는 일을 시킬 수는 없다. (살아있을 때와 꼭 같은 모습으로, 당당하고 오만하게 고개를 치켜올리며 웃었다) 내버려두라고? 싫은데.
로단테 H. 아드레스티아:아, 아니 아까는... 그건 그거고...! (새삼 창피한지 고개를 푹 숙였다가 시선만 힐끔 들어 너를 쳐다본다. 너는 쉽게 거짓말을 하지 않으니 이정도를 알아보기는 쉽다. 네 표정은 지금... 진심으로 하는 말이 맞음을 증명해주고 있네.) ...그럼? 내버려두기 싫으니... 굳이 나를 찾아와서... 그래. 설득이라도 하시겠다? 다시 살라고, 살아가라고? ...이유는?
제우스 B. 칼리스타:글쎄... 내 죽음에 관해서든, 그 이후의 세상이 어떻게 되었든, 지금 이야기해봤자 의미는 없겠지. (제 목숨으로 네게 무게를 안겨주었으나, 결국 목숨 하나에는 목숨 하나로 끝이 났다. 너는 죽음을 선택했고 더이상 그 선택에 관해 무엇이라 언급할 권리는 없다고 판단했다.) 우리는 서로에게 빚이 없으니, 결정은 네 자유다. 어떤 삶은 죽음보다 버겁지. 나는 네가 죽음을 택한다고 해서 실망하지 않을 테고. (그렇지만, 그래도.) ....그냥, 네가 살았으면 해. 그걸로는 이유가 안 되나. (미사여구를 붙일 만한 성품은 아니었다. 가만히 입을 다물었다.)
현실은 끔찍하고, 당신을 힘들게 하는 것들뿐입니다.
이곳에서라면, 제우스와 영원히 아름다운 밤하늘 아래를 걸을 수 있을 거예요. 비록…… 아침이 오지 않더라도.
로단테 H. 아드레스티아:... (고개를 제대로 들어 시선을 마주한다. 마주 본다기보다는 일방적으로 빤히 쳐다보는 것에 가깝고, 말을 꺼내려다 한숨을 쉬고, 다시 입을 열려다 한숨을 쉬고. 그렇게 한참 동안 시간을 질질 끈다) ... 네 말이 맞아. 우린 서로한테 빚이 없으니 선택은 내 몫이지. 하지만... 그 말을 들은 시점에서부터, 이미 선택권은 나한테 없는 걸. ... 알잖아, 내가 어떻게... 하나뿐인 친구의 부탁을 거절하겠어. (조금 씁쓸하다는 표정으로 밤하늘을 올려다본다. 저기 너를 닮은 금성이 있네, 하고 작게 중얼거리고는) ... 너는 내가 여기에 남겠다고 해도 내 선택을 존중해주겠지. 내 옆에 같이 남아있어 줄 거야. .... 맞지? 반면에 내가 돌아간다고 하면... 정말 마지막인 네 인사를 받고, 다음 생이나 기약하며 떠나야겠지. ... 실은 대답은 정해져있는데, 자꾸 망설이게 돼. ... 나는 정말 돌아가야 할까? 나는 앞으로 뭘 하면서 살면 돼?
제우스 B. 칼리스타:(침묵이 길어질수록 어울리지 않는 초조함이 올라온다. 묵묵함을 가장하며 네 시선을 피하지 않는다. 선택 앞에서의 긴장감은, 정말로 만인에게 평등한 것일지도. 그리고 기다림 끝의 네 말이 품고 있는 의미에 기쁨이 새어난 것은 당연한 일일지도 몰랐다.) ...정말로? 사실 나는 네가 들어주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친구의 부탁을 거절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그것은 자신 또한 같았다.) 네가 정말로 이곳에 남고자 했다면, 더 살아갈 수 없다 말했다면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을 테니까. (널 따라 하늘을 올려다본다.) ...함께 한 시간은 짧았어도, 너도 나도 서로를 제대로 파악하고 있군 그래. (긍정하며 가만히 눈을 깜빡였다) 네 어깨에 책임을 얹지 않아도 된다. 청산한 죄에 휩싸이지도 마. 그저 네가 즐거운 일을, 하고 싶은 일을, 그리고 날 기억하는 것도 잊지 말고. (마지막 말은 장난에 가까워보였다.) 그리고 또다시 지친다면,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판단이 든다면 다시 나를 만나러 와라. 그때에는 말리지 않지.
로단테 H. 아드레스티아:나는... 두 번이나 너한테 어리광 부릴 생각은 없어. 내가 가지 않겠다고, 그렇게 말하면 너는 수긍하면서도... 만족스럽지 못 한 표정을 짓겠지, 아마... 씁쓸하다거나, 하는... 그런 표정들 말이야. 너한테 그런 표정까지 짓게 하고 싶지 않아. 그러니까... 어떻게 보면 당연한 선택인 거야. (어깨를 으쓱였다. 이내 작게 웃음을 터트리곤) ...세 번째가 가장 중요하겠네. ... 절대 안 잊어. 너를 기억할게. 네 말대로... 가능하다면 책임을 조금 덜고, 마음이 약해지지 않을 정도로는 살아가볼게. (네 쪽을 힐끔 쳐다본다) ...하고 싶은 일이 생겼어. ... 연구를 할 거야. 온갖 질병에 대해 공부하고, 모든 이상 현상들을 알아갈 예정이야. 그렇게 여생을 보낸다면... 너 같은 사람 한 둘은 더 살릴 수 있겠지? ... 그럼 끝까지 살아볼 수 있을 것 같아. 그래도... 응. 네 말대로 다시 힘들어진다면 그때는 또 만나러 올게. ... 이거면 되겠어?
제우스 B. 칼리스타:그래, 나도 너를 기억하고. 쭉 지켜보고 있을테니까. 꽤 미신 같은 이야기지만... 조상신처럼? (한결 짐을 털어낸 얼굴로 환하게 웃었다.) 기대하지, 네가 살아갈 내일을.
충분하다 못해 넘치는군.
달도 없는 하늘이지만 별이 밝아서 꼭 새벽인 것만 같습니다.
제우스는 다가와서 로단테를 끌어안고 말합니다.
제우스 B. 칼리스타:살아라, 로단테. 나 없이도 몇 번이나 아침을 맞이하는 거야. 기다리고 있을 테니.
어느새 새하얗게 빛나던 별들이 스러지고 아침이 찾아오고 있습니다.
이제 별 대신 새하얀 모래알들이 햇빛에 빛나 반짝입니다.
제우스의 등 뒤로, 끝없이 이어져있던 지평선 너머로 밝은 해가 떠오르고, 부서지는 햇살에 닿아 빛나는 제우스……
모든 기억들이 물밀듯 쏟아지고, 자신의 모습이 보입니다.
손 안에서 떨어지는 낯익은 단검, 흐르는 붉은 피.
하지만 그 모든 일이 있었음에도, 당신은 살아있습니다.
제우스가 없는 세상은 텅 빈 것만 같이 느껴지고, 로단테를 힘들게 하는 일들 투성이입니다.
몇 번이나 아침을 맞고, 그러다 보면 제우스와 다시 만나겠죠.